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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저는 지난해 1월부터 주간보호센터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어르신들 중에는 개성들이 너무 강하시시거나 질투가 많으신 분 또는 학창시절 다하지 못했던 열정을 태우시며 프로그램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 하루종일 계셔도 소리 한 번 내지 않는 지극히 조용하신 분 등등..저희들에게는 하루 일상이 다채롭답니다. 그 분들 중 부부가 함께 입소하셨는데 여자어르신께서는 경증치매가 진행 중이셔서 점심식사만 하고 나면 현관 앞을 배회하시며 집으로 가겠다고 하시는 상태이며 남자어르신은 인지는 좋으시나 거동이 불편하시고 손발떨림을 동반하셔서 주변인의 도움을 받으셔야하는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두 분을 따로 자리배정해 드렸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여자어르신의 배회가 심해지셔서 옆자리로 옮겨 드린 날! 등원하시어 오전운동시간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배식하기 전에 앞치마를 나누어드렸는데... 여자어르신께서 갑자기 앞치마를 들고 일어나시더니 미용사처럼 앞치마를 크게 펼치셔서 바로 옆에 앉으신 남자어르신께 먼저 둘러드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본인은 정작 앞치마하는 것을 잊으시고 몇번이고 접었다폈다를 반복하시면서...그리고 식사메뉴로 생선이 배식되면 망설임없이 남자어르신께 옮겨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는 뭔가 가슴이 울컥하며 치매증상을 겪으시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부군을 챙겨드리는 모습이..부부란 저런 모습일까 하며 저의 모습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요양보호사일을 하며 힘든 일도 많지만.. 어르신들이 저희에게 주는 깊은 울림이 더 많다는 걸 생각하게되고 보람도 많은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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