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보다 태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가족 요양 때문에 갖게 되었다.
직업으로는 할 생각이 없었다. 센터에 남은 정보 때문인지 케어 파트너 가입 안내 문자를 받았다. 집 가까이 일자리 추천을 보면서 내가 다른 집에 가서 돌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기다려 보았다. 집 가까이에 나와 동갑인 2등급 수급자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수급자라니, 관심이 같다. 관심 표시를 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오자 마자 센터로 면접을 보러 갔다. 남편 보호자가 24시간 케어를 하시며 재택 근무를 하는 중이셨다. 오히려 중증치매에 대해 잘 모르니 알아가며 돌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호자가 원하는 것은 정서 지원이었다. 기저귀케어도 있었지만 수급자가 응할때 까진 보호자와 같이 해야 했다. 첫 날인데도 수급자는 친근하게 손을 잡게 해 주었다. 계속 말을 걸어주고 하다보니 이틀을 하고 목이 아팠다. 약을 먹고 연휴를 보내니 목에서 떨어져 나온 덩어리가 코를 풀 때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목 상태는 좋아졌다. 세 번쨋 날, 태그를 찍는데 보호자님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쓸 수 있는 요양급여 시간이 112시간인데 , 지금은 하루 4시간씩 80시간을 쓰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은 8시간을 하면 어떨까요? 32시간 안쓰면 없어지니까요. 요양보호사님 월급도 조금 늘지 않을까요?"
나는 처음이라 그게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일단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센터 복지사님께 문의를 드렸다. 8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주 2회는 8시간 근무를 한다. 최대한 기저귀 보다는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도록 보호자님께 제안을 드렸다. 시간을 정해서 화장실 가는 것을 유도했더니 낮에는 기저귀에 소변을 한 번도 안보신다. 밥을 먹고 난 후, 설겆이 하자고 싱크대로 유도하면서 걷기를 한다. 그릇 수만큼 반복 하면 재미있게 운동도 할 수 있다. 보호자님도 챙겨 드려야 한다는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기저귀는 어떤게 좋을지 같이 고민하고 ㅡ기저귀가 소변 습수량이 2500cc까지 있다ㅡ
치아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 안에서 다리 운동이 될 수 있도록 자동 스텝퍼는 어떨지, 손 자극을 위해 클레이는 어떨지, 잔존 기능을 최대한 가져 갈 수 있는 고민을 같이하고 있다. 초보라서 요령이나 능력은 부족하지만 긍정적인 태도, 수급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보호자님께도 느껴지신듯 해서 뿌듯하다.
수급자님이 저녁을 먹을 때 퇴근하는데
"이쁘다"라는 말을 해서 울컥했다.
"내일도 이쁘게 만나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