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할머니 방안에 내린 눈
저는 93세 할머니를 케어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작년 6월 허리 수술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여 방안에서 눕거나 앉아 계십니다. 이동하실 때는 엉덩이를 밀거나 엎드려서 기십니다. 그리고 약을 많이 먹기 때문에 입이 쓰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김치나 국 등에 설탕을 넣어 드실 정도이고 식사를 많이 못하십니다.
할머니는 제가 도착하면 늘 바깥 날씨를 물어보십니다. "춥냐?, 바람 부냐?, 해는 떴냐?"라고 ....
올 1~2월에는 다른 해보다 눈다운 눈이 내려 소복히 쌓인 날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흰 눈이 쌓인 어느날 할머니가 자유롭게 걸어서 들고 나셨던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사진 찍어 보여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사진을 유심히 보시더니 그 위치를 인지하시고 참 아름답다고 하시며 고맙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흰눈이 소복히 쌓인 아파트 단지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신 그 날 할머니께서는 봄이 오기 전에 회복되어 내 발로 걸어 나가 개나리꽃이랑 진달래꽃을 보아야겠다고 하시며 입이 쓰단 말씀 안하시고 식사를 평소보다 맛있게 많이 드셨습니다.
할머니의 소망이 현실이 되어 자유롭게 걸어서 방안에만 계시며 궁금해 하셨던 바깥 날씨도 직접 확인하시고 좋아하시는 꽃도 마음껏 보시게 되기를 기도합니다.